[민들레 칼럼] 주택 공급감소 걱정하며 공공부문 공급은 줄이는 윤 정부
조회 : 261 / 등록일 : 23-09-16 10:54
주택 공급감소 걱정하며 공공부문 공급은 줄이는 윤 정부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주택시장에서 고금리 기조와 저조한 분양전망 등으로 민간의 인허가 및 착공물량이 격감하고 있다. 인허가 및 착공물량이 주택시장이 활황 때는 크게 늘고, 불황이면 격감하는 일은 항용 있어 왔다. 그런데 많은 레거시 미디어가 인허가 및 착공물량의 격감은 몇 년 내 공급부족으로 이어져 집값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는 취지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이에 호응하듯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오피스텔 등을 주택수에서 제외하는 등의 공급활성화대책을 고민 중이라는 기사가 잇따르고 있다.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요인 중 신규 공급량은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그 보단 금리, 대출, 성장률, 정부정책 등의 요인들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다. 설사 민간의 인허가 및 착공물량이 저조해 몇 년 후 신규공급량이 근심된다면 공공부문이 공급을 열심히 하면 된다. 하지만 놀랍게도 윤석열 정부는 자신의 입으로 자신있게 발표했던 공공부문 공급계획량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공급만 하고 있다. 특히 올해 공공부문의 공급량은 가히 충격적인 수준이다. 윤 정부는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오피스텔 등의 주택 수 제외가 공급대책?
레거시 미디어들이 앞다퉈 민간의 인허가 및 착공물량 감소를 근심하고 있다. 민간의 인허가 물량은 전년 동기(1월~7월) 대비 30%, 착공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54%가 각각 감소했으니 크게 줄어든 건 사실이다. 레거시 미디어들의 성화에 원희룡 국토부장관도 공급활성화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화답했다.
원 장관은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주택 혁신 전문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급이 아파트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데, 비아파트 부문에서도 충분히 원활히 (공급이) 돌아가도록 해야 할 것 같다”며 “(비아파트 부문의) 과도한 위축을 풀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레거시 미디어에 따르면 정부는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공사 기간 등이 짧은 주거용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등에 대해 전용면적 85㎡ 미만 중소형까지는 주택 수에서 제외하고, 종합부동산세 합산도 배제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 장관의 발언과 궤를 같이하는 해석이다.
물론 정부가 추석 전으로 예정된 공급활성화 대책에 오피스텔 등의 주택 수 합산 배제만 담은 건 아니지만, 오피스텔 등의 주택 수 합산 배제라는 투기조장책이 눈길을 끄는 건 피할 수 없다.
민간 공급 감소 염려하면서 공공부문 공급 소홀히 하는 이율배반
주지하다시피 주택 건설은 인허가 → 착공 → 준공의 순서로 이뤄진다. 하여 지금 인허가 및 착공실적이 크게 준다는 건 향후 몇 년 이내에 신규 공급감소로 이어질 것임은 자명하다. 물론 신규공급량이 감소한다고 집값이 반드시 상승하는 건 결코 아니다. 신규공급량 보다는 기존 재고주택물량이 압도적으로 많은데다 투기수요가 활성화될 때 집값이 상승하는 법인데, 투기수요는 금리, 대출, 성장률, 정부정책 등의 요인들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의 인허가 및 착공물량 격감은 소비자들의 심리에 조바심을 일으킬만한 재료인데다 이 추세가 지속되는 건 환영할 일은 아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가 공공부문의 공급(분양 및 임대)을 크게 늘려 민간의 공급감소분을 흡수해 줘야 한다는 말이다.
이미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공공부문의 공급 100만 호(공공분양 50만 호+공공임대 50만 호)를 야심차게 선언한 바 있다. ‘주택시장 연착륙과 서민·취약계층 주거안정 역점 추진’(2023.1.3.)에 담긴 윤 정부 공공주택 공급 계획을 보자.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참으로 웅대한 계획이라 할 만하다. 문제는 이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윤 정부의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되기 위해선 해마다 20만 호(공공분양 10만 호+공공임대 10만 호)가 공급돼야 한다. 월로 따지면 매월 1만 6666호 규모다.
하지만 아래 표가 보여주듯 윤 정부가 출범한 작년 5월부터 올 6월까지의 14개월 동안 공공부문이 공급한 주택수는 17만 1527호에 불과했다. 월 평균 1만 2250가구에 불과하고, 더 충격적인 사실은 올해 들어 공공부문의 공급량이 눈에 띄게 격감했다는 것이다. 올 1월부터 6월까지 공공부문이 공급한 물량은 고작 1만 9646호, 한 달에 평균 3270호에 불과하다. 이렇게 해서 올해 20만 호를 어떻게 공급할 수 있겠는가?

공공부문 주택 인허가 실적 누계. KOSIS
부동산PF위기, 공공부문 공급 격감, 레거시 미디어들 호들갑 단지 우연일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부동산PF위기와 공공부문의 공급 격감과 민간부문의 공급감소를 우려하는 레거시 미디어들의 아우성이 공교롭게도 한데 모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동산PF위기는 윤 정부가 펀드와 대주단을 구성해 차환 등의 방법으로 겨우겨우 폭발을 지연시키고는 있지만, 위기의 근본적 해결책은 부동산PF사업장의 분양이 완판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엄혹하기 이를 데 없는 부동산 시장에서 게다가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부동산PF사업장의 분양물량을 누군가가 받아줘야만 한다. 한 마디로 호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내집 마련에 올인하는 시장참가자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는 공공부문의 공급은 저조하기 이를 데 없고, 민간부문의 인허가 및 착공물량은 격감해 수년 내 집값 상승이 우려된다는 보도들이 레거시 미디어들을 뒤덮고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조바심과 공포에 사로잡힌 무주택자들이 인기 없는 부동산PF사업장의 분양물량이라도 비싼 분양가를 치르고 매수하려 하지 않을까?
공포마케팅에 휘둘려 그릇된 판단을 하는 시장참가자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견고하기 이를 데 없는 대한민국 주택시장은 더욱 그렇다. 윤석열 정부는 이제라도 조바심과 공포에 휩싸인 시장참여자들을 안심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집값 떠받치기 정책을 포기하고 공공부문 공급에 총력을 경주하는 것이 그 의무를 이행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