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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칼럼] 임의경매 작년 대비 80%폭증… 빚의 복수?

작성자 : 토지+자유연구소 (210.91.10.***)

조회 : 362 / 등록일 : 23-09-11 12:11



 임의경매 작년 대비 80%폭증… 빚의 복수?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부동산 경매시장에 매물이 쌓이고 있다. 임의경매 신청이 크게 늘어나고, 강제경매도 꾸준히 증가하고 다.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전세보증금 반환을 못하는 경우가 빠르게 느는 탓으로 풀이되는데, 많은 시장참여자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는 금리인하는 신기루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임의경매건수, 꾸준히 느는 강제경매건수

7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 부동산 임의경매개시결정등기 신청건수는 9986건에 달했다. 작년 8월 5544건과 비교할 때 무려 80%가 급증한 수치이며, 연초(5897건) 대비해서도 69%가 증가했다. 지난 달의 부동산 임의경매개시결정등기 신청건수는 월 건수를 기준으로 할 때 2015년 1월 이후 8년 7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임의경매는 저당·근저당권 등 담보물권을 가진 채권자가 이를 통해 채권을 회수하는 법적 절차를 말한다. 채무자가 원리금을 약정대로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 채권자가 법원에 임의경매개시결정을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경매절차가 개시된다. 임의경매는 채무명의(판결문+집행문)가 필요한 강제경매와 달리 담보물권에 터잡아 실행되므로 절차가 간편하고 시간이 절약되는 이점이 있다. 임의경매가 폭증한다는 것은 원리금을 제 때 갚지 못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한편 임의경매와 함께 강제경매 건수도 계속 늘고 있다.  8월 강제경매개시결정 등기 신청건수는 6일 현재 6160건으로 작년 8월의 5242건에 비해 17.5% 증가했다. 강제경매 건수의 증가는 통상 전세보증금 반환이 여의치 않을 때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행사하는 것으로 ‘역전세난’의 방증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 


영끌과 금리 인상이 만날 때

임의경매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강제경매 건수도 꾸준히 느는 건 소득을 훨씬 웃도는 대출을 받은 수 많은 사람들이 저금리 시대가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다가 그 믿음이 배반당하는 사태를 만나면서 초래된 결과라 할 수 있다.
 

▲ 임의경매 및 강제경매 등기신청 부동산 현황. [법원등기정보광장]

▲ 임의경매 및 강제경매 등기신청 부동산 현황. [법원등기정보광장]

 

2014년 이후 거의 9년에 걸쳐 진행된 부동산 대세상승에 편승하려는 이른바 ‘영끌’이 금리의 수직상승과 만나면서 임계점에 도달한 신호 중 하나로 임의경매 개시물건의 폭증을 꼽는 건 온당해 보인다. 또한 저금리와 전세자금대출이 쌍끌이로 밀어올렸던 2021~2022년 전세가격의 역사적 고점이 2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청구서를 내미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도 지극히 합리적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지 만 2년이 지났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부담은 채무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으며, 견디다 못한 채무자들이 결국 자산의 전부라 할 부동산을 지키지 못하고 경매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집을 경매로 날린다는 건 곧 패가망신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경매물건의 홍수는 의미심장하다. 

 


신기루처럼 잡히지 않는 금리인하

경매매물의 폭증을 역진시킬 수 있는 근본적 처방은 금리의 극적인 인하일 것이다. 하여 수많은 시장참여자들이 금리 인하를 학수고대 중이다. 문제는 조속한 금리인하가 결코 녹녹치 않아 보인다는 사실이다.

미 연준과 한국은행 등의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잡혀야 한다. 그런데 그게 쉬워 보이지가 않아서 문제다. 모든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유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으며 머리를 숙이는 듯하던 한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은 8월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만약 한국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대에서 횡보하고, 미국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대에서 주춤거린다면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내리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금리 인하만을 학수고대하는 부동산 시장참여자들에게는 어쩌면 지금이 고난의 행군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3년 9월 7일>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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