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윤 정부 집값 올리기 올인에 폭증하는 가계대출
조회 : 504 / 등록일 : 23-08-07 17:30
윤 정부 집값 올리기 올인에 폭증하는 가계대출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윤석열 정부의 집값 올리기 올인으로 일부 지역의 집값이 반등하자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폭증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가계대출은 이미 비등점을 넘은 수준인데, 거기에 빚이 더 쌓이는 형국이다. 소득이 따라가지 못하는 빚은 반드시 복수를 하기 마련이고, 이자를 무서워하지 않아도 괜찮을 정도의 저금리 시대가 다시 온다는 보장도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계대출의 증가는 정녕 걱정스럽다. 국민경제는 아랑곳없이 집값 올리기에만 혈안이 된 윤 정부에게 가계대출 감축 대책을 기대하는 건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 통화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은행이 나서야 한다. 임계점을 넘은 가계대출이 한국 경제의 미래를 가장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위험 요인이라고 본다면 한은 금통위는 어렵더라도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결단을 해야 옳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로 이성을 잃은 시장참여자들에게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종을 울려야 한다.
은행권 가계대출 3개월 연속 증가세, 주범은 주담대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679조 2208억 원으로, 전월(678조 2454억 원)보다 9754억 원(0.14%) 증가했다. 금리 인상기에 증가세가 주춤하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 4개월 연속 감소 추세를 이어오다 지난 5월부터 반등해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계대출을 견인한 건 단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다. 지난달 이들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12조 8875억 원으로 전월보다 무려 1조 4868억 원(0.3%)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신용대출 잔액(108조 6828억 원)이 2462억 원 감소했음을 감안하면 주담대가 전체 가계대출 증가를 견인했음이 명백하다.
한편 지난달 5대 은행 가계대출의 증가 폭도 5월(+1431억 원), 6월(+6332억 원)보다 확대됐다. 또한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512조 8875억 원) 증가액은 1조 4868억 원으로, 지난 6월(+1조 7245억 원)보다는 증가 폭이 작지만, 5월(+6935억원)보다는 많았다.
주담대의 폭증은 윤 정부의 집값 올리기 올인에서 기인
주담대의 폭증세가 윤 정부의 집값 올리기 올인 때문이라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윤 정부는 취임 초부터 집값 올리기를 위해 세제, 대출, 청약, 재건축, 분양가 등의 전 분야에 법률 개정이 필요한 것을 제외하곤 폭주 기관차처럼 시장 정상화 조치들을 해체시켰다.
윤 정부는 첫 부동산 대책인 6·21 대책을 통해 세제 분야를 개악했다.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한시 배제하고,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주택분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도 인하했는데, 이를 통해 올해 1가구1주택은 물론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까지 2020년 이전 수준으로 퇴행하는 업적(?)을 달성했다.
빚내서 집을 사라면서 대출 규제도 대거 풀었다. 생애 최초 주택구매 가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완화해 집값의 80%·최대 6억 원까지 대출을 허용하고, 심지어 규제지역 내 15억 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가능하게 했다. 아파트 중도금 대출이 제한되는 기준선은 분양가 9억 원 이하에서 12억 원 이하로 6년 만에 상향 조정해 분양수요를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청약 당첨자 기존주택 처분 기한도 2년으로 연장했다.
윤 정부가 투기의 뇌관 역할을 하는 재건축에 손을 대지 않을 리 없다. 윤 정부는 제대로 시행되지도 못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개악에 나섰고, 재건축 안전진단 문턱도 사정없이 낮췄다.
윤 정부의 집값 올리기는 1·3대책에서 정점을 찍었다. 1·3 대책에는 대출·실거주·전매제한·청약 규제 등에 대한 전방위적 투기부양책이 담겨 있다. 1·3 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만 제외한 전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됐고, 전매제한 축소·유주택자 무순위 청약 가능 등도 허용됐다.
윤 정부는 거기에 더해 올 초엔 소득을 따지지 않는 저금리 정책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도 출시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연 소득에 상관없이 최대 9억 원의 주택을 담보로 5억 원까지 빌릴 수 있는 상품으로 최근까지 심사를 통과한 대출 규모만 무려 30조 원을 넘어선 상태다.
윤 정부의 집값 올리기 올인은 끝이 없는데, 최근엔 '역전세난(전셋값이 계약 당시보다 하락)'에 전세보증금 반환을 목적으로 한 대출 규제도 완화했다.
윤 정부의 집값 올리기 올인은 일정 정도 효과를 발휘 중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집계한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1만 7315건으로 전년 동기(7874건)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거래가 증가한 것과 더불어 일부 지역에선 집값 반등세도 관찰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시장참가자들이 집값이 다시 대세 상승으로 전환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시장을 불안하게 주시 중이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진 대세 상승의 경험이 너무나 생생하기에 시장참가자들이 불안해 하는 것도 당연하다.
한은이 나서야 한다
국민경제는 어떻게 되건 아랑곳 없이 집값 올리기에 혈안인 윤 정부가 집값을 올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인 주담대 확대를 멈출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주담대를 잡지 못하면 가계대출 증가세를 멈출 길이 없다. 하여 이제 대한민국의 통화정책을 책임진 한은이 나서야 한다.
지난 7월 13일 기준금리 결정 당시 의사록을 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들이 가계부채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금통위 위원들은 아래와 같은 발언들을 쏟아냈다.
“높은 가계부채 규모와 함께 거시건전성 정책 방향이 통화정책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측면에서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 사이의 상충이 더 크게 우려된다.”
“최근 주택 관련 대출의 증가는 MPP(거시건전성 정책)의 변화가 상당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LTV, DTI 및 DSR 등을 감안해 MPP 규제 강도를 지수화하고 이를 가계부채 추이와 비교해 봐야 한다.”
“최근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 불균형 완화를 위해서는 거시건전성 정책이 통화정책 방향 간 적절한 정책 공조(policy mix)가 필요하다.”
“팬데믹 기간 중 위기 대응 정책이 주요국과는 달리 통화·재정정책에 더해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통해 이뤄지면서 민간신용 누증이 가속화됐다. 이에 따라 발생한 자산 가격의 급등과 민간 부채의 빠른 증가는 금융 부문의 불안정성을 확대시키고 물가 안정 기조를 저해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재작년 통화정책을 긴축기조로 전환하게 된 주요 배경이다.”
“우리나라 GDP 성장률이 점차 낮아지는 상황에서도 규제 당국이 예전의 방식대로 가계부채를 관리하게 되면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기 어려워 보인다. 저성장 기조하에선 규제 당국도 가계부채 관리의 구조적인 측면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저지하기 위해 결연히 나서야 한다. 정부가 먼저 거시건전성 관리를 해야 한다는 하나마나한 소리는 그만두고 한은은 기준금리를 과감히 인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