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분양권 전매로부터 시작되는 부동산투기
조회 : 1,708 / 등록일 : 23-04-12 11:20
분양권 전매로부터 시작되는 부동산투기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정부가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7일부터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크게 줄인 가운데 분양권 양도차익에 대한 중과세와 실거주 의무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건설업계와 대다수 미디어들은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분양권 양도차익에 대한 중과세가 대폭 경감되고 실거주 의무도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은 분양권에 대한 전면적인 전매제한 완화가 부동산 투기의 시발(始發)이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부쩍 늘어난 분양권 거래
11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분양권 거래량은 총 8950건(3일 집계 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 6386건 대비 40% 늘어났다. 이는 2021년 3분기 1만 2103건 이후 6분기 만에 가장 큰 폭이다. 권역별로는 수도권 2689건, 지방 6261건으로, 전체 거래의 70%가량을 지방이 점했다.
1분기 분양권 거래가 크게 늘어난 데에는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의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 조치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방은 지난해 6월 말부터 순차적으로 규제지역에서 풀렸으며, 7일부터는 공공택지 또는 규제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및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은 전매제한 기간이 3년, 서울 전역이 포함되는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전매제한 기간이 각각 완화됐다.
한편 부동산R114는 전매제한 완화에 따라 수도권에서 거래가 가능해지는 단지는 약 120곳에 총 12만여 가구, 서울에서는 16개 단지 약 1만 1233가구로 추산했다. 당장 윤석열 정부가 ‘둔촌주공 이병 구하기’라는 비판까지 감수하면서 미분양 발생 방지에 전력을 기울였던 올림픽파크포레온(1만 2032가구)이 올 12월부터 분양권 전매를 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에 부풀었다.
분양권 양도차익에 대한 중과와 실거주 의무가 걸림돌인가?
하지만 올림픽파크포레온 등을 포함한 전매제한 기간 축소 단지들에겐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바로 분양권 양도차익에 대한 중과세와 실거주 의무다. 현재는 청약에 당첨된 뒤 1년 이내 분양권을 팔면 시세차익의 70%, 2년 이내 팔면 차익의 60%를 양도세로 각각 납부해야 한다. 여기에 지방소득세 10%가 가산되기 때문에 실제 세부담은 66~77%에 달하는 셈이다. 2년 이내에 분양권을 전매하는 행위를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에 양도세가 중과되는 것이다.
여기에 실거주 의무가 더해진다. 2021년 2월 이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아파트에 당첨된 사람은 최초 입주 가능일로부터 2~5년간 거주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아파트의 경우 통상 분양받고 입주하기까지 3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실거주 의무기간 2~5년이 합산되면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아파트 분양권을 소유한 자는 5~8년 간 아파트를 팔기가 어려워진다.
물론 윤석열 정부는 실거주의무를 폐지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분양권 양도세율 대폭 인하법안(1년 미만 보유한 분양권의 양도세율 45%, 1년 이상 보유분은 일반세율)도 제출한 상태다.
최장 10년이던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7일부터 최대 3년으로 단축됐다. 전매제한 완화는 이번 시행령 개정 이전 이미 분양을 마친 아파트에도 소급 적용된다. 이에 따라 비규제지역이면서 과밀억제권역인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은 전매제한 기간이 기존 8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분양권 전매에 관한 각종 제한이 시장 정상화 조치인지,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인지 여부다. 먼저 1995년 대한민국의 주택보급률은 73.9%였는데 2021년 오면 102.2%까지 증가한다. 같은 기간 가구수가 1295만 가구에서 2144만 가구로 폭증해 주택보급률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데에서 알 수 있듯 1995년부터 2021년 사이에 주택공급은 엄청났다. 놀라운 건 같은 기간 자가보유율은 53.2%에서 56.2%로 불과 3.0%p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사실이다.
주택을 천문학적 규모로 공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가보유율이 거의 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집을 지어도 그 집이 무주택자보다는 유주택자들에게 많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분양권에 대한 각종 사회적 통제가 요구되는 것은 공동주택에 대한 분양권 취득이 무주택자들이 내집 마련을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수단이어서다. 분양권을 내집 마련의 수단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분양권이 투기대상이 되는 걸 차단하고 억제해야 한다. 전매제한 기간, 분양권 양도차익에 대한 중과세, 실거주 의무 등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한데 윤석열 정부는 분양권에 대한 전매제한 기간을 사실상 형해화한데 더해 분양권 양도차익에 대한 중과세와 실거주 의무마저 무력화시키려고 시도 중이다. 국회가 입법과정을 통해 이를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건설업계 등의 주장과는 달리 양도차익 중과세와 실거주 의무는 시장 정상화 조치에 다름 아니다. 양도차익 중과세와 실거주 의무까지 형해화한다면 분양권은 완전히 투기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 투기는 항상 분양권 전매로부터 시작됐음을 역사는 우리에게 알려준다.